그동안 남해안 일주와 남해안의 여기저기를 다녔지만 고흥반도에 들어가 본적은 없다.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크리스마스 이브를 네명이 오랜만에 함께 보내며 케익과 포도주 한잔을 곁들이다 기족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땅끝마을과 고흥반도 두곳을 두고 잠시 갈등이 있었으나, 고흥으로 출발을 한다.
소록도대교를 만난다. 한때 한센병 환자를 격리하여 수용하던 섬... 학창시절에 소록도 가는길을 되새겨 본다.
아들내미한테 소록도 가는 길의 싯구 한구절을 읇어본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길, 어디를 지나가니 발꼬락한개 떨어지고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아마도 중학교 시절에 배운 것 같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일제 치하의 암울했던 시절은 기억 저편에 아른거리고 나는 지금 소록도를 지나고 있다.
한하운 시인의 전라도 길 (소록도 가는 길)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낯선친구 만나면
우리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같은 저녁해는 남는데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속으로
쩔름 거리며 가는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가다미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한개가 없다.
앞으로 남은 두개의 발가락이 잘릴때까지.
가도가도 천리 먼 전라도길.
소록도 가는길 머나먼 인생길.
(불펌 : 인터넷을 검색하면 엄청 많이 나오니 아무데서나 가져왔음. 가져온 곳을 모름)
소록도를 통과하여 곧바로 거금대교를 건너 거금도에서 노을을 감상하려 한다.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다 연지 해수욕장에 멈춰섰다.
석양은 금당도와 우두 뒷산에 묘하게 걸려 마지막 불꽃을 토해내고 있다.
자연이 남기고간 굴곡진 모래사장이 다랭이 논에 흩뿌려진 가난에 찌든 농부들의 땀방울 만큼이나 시리다.
약간은 쌀쌀한 날씨속에 저마다의 한해를 지는 석양에 기대어 갈무리하고 있으려니....
세월의 덧없을을 노파의 구부러진 허리에서 느껴야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잠시의 썰물에 몇않되는 수확물을 고이 들고 돌아오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서럽다.
연지해수욕장을 떠나 거금도 일주로도로로 올라오니 아직 미련이 남은 석양이 마지막 사자후를 깊게 토해내고 있다.
석양의 여운을 아쉬워하며 일주도로를 주행중 소원동산이라는 곳이 나타났다.
무슨 소원일까 궁금해 하며 차를 세우고 나니, 마침 럭키문이 떠오르고 있다.
대취도라는 섬은 고래와 똑같이 생겼다.
해마루 팬션이라는 곳에 멋진 저녁식사와 잠자리를 해결하고 해돋이를 보려 하였으나 불행히 안개와 구름으로 일출을 보지 못하였다.
금탑사 비자나무 숲을 찿아간다. 비자나무가 무었에 좋은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건강에 좋은 거라고 하니 관심이 생겼다.
효능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구충효과가 가장 효용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자나무 숲에는 동백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음 목표는 마복산이었으나 구름인지 연무인지 상태가 좋지않아 마복산의 기암은 제대로 보지를 못하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로도를 거쳐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로 발길을 돌렸다.
4D Dome 영상관에서 은하철도 999를 타고 우주 여행도 하고, 3D 영화도 보고....
어린이들과 우주과학에 대하여 공부도하고 좀 지루하기는 하였지만 손자를 데리고 와야지 하는 생각에 열심히 이곳 저곳을 들여다 봤다.
다음은 팔영산 능가사를 찾았다.
멀리 팔영산이 보이고 하산하는 등산객의 흐믓한 미소로 보아 좋은 등반 코스인가보다.
가족들은 백구랑 노느라 정신이 없다. 등산객을 안내하며 팔영산을 등반하고 같이 내려왔다는 소리에 화순의 운주사 강아지가 생각났다.
마지막 코스로 용바위을 선택하였다. 마침 썰물이라 외매물도와의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섬에 갈수 있었다.
밀물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바람에 부득이 아들의 희생으로 무사히 탈출에 성공하였다.
벌교에서의 꼬막정식을 끝으로 짧지만 여운이 길게 남을 가족여행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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