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자식들의 복을 기원하며 한평생의 한을 씻어내던 곳이 마곡사이다.
멀리 파주에서 이사와서 생소한 문화와 언어를 극복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던 시절에 파주쪽 친척분께서 출가를 하여 은적암에 계신 관계로 더 잦은 방문을 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덕분에 나도 이곳을 자주 찾았고 집사람을 처음 인사시키려고 데려 왔을 때도 어머니를 이곳 마곡사 주차장에서 만났다.
이승을 하직한 어머니의 49재를 모신곳이기도 하고 이제는 모두 이곳을 떠나 흩어져 생활하는 관계로 10년이 훌쩍넘은 기간이 지나고야 다시 마곡사를 찾았다.
입구에 커다란 무료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으나 주차할 공간이 거의 없다. 토요일 오후 다소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몰려 들었다.
갓길에 주차를 하고 노란 단풍이 도열한 도로를 따라 일주문 앞에 선다. 이곳부터는 경내이니 뛰지 말고 조용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마곡천을 따라 도로가 이어지고 가끔씩 붉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두개의 개울이 하나로 합쳐지는 곳에 세워진 사찰이라 가람의 배치가 특이한 곳이다.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영산전이 되는데 대웅전을 향하여 방향을 잡으면 해탈문과 사천왕문을 거쳐 극락교를 건너고 다소 불안정해 보이는 석탑 뒤로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적광전을 만나게 된다.
대적광전의 용마루 기와중에 청기와가 하나 있는데 시람이 죽어 명부에서 심판을 받을때 "마곡사의 청기와를 보았느냐?"하고 묻는다는 이야기를 어릴적 들은 적이 있다. 그 청기와는 대적광전 용마루 가운데 아직도 굳건히 자리를 하고 있다.
바닦에는 앉은뱅이가 돗자리를 짜고 걸어 나갔다는 전설이 얽힌 군데군데 헤어진 돗자리가 있었는데 그 위에 장판을 깔아 놓았다.
보통의 불상을 모시는 것과는 다르게 이곳 주불인 비로자나불은 전각의 왼쪽에서 오른쪽을 보도록 배치하여 전각 가운데 삼존불로 배치되지 않은 특이한 곳이기도 하다. 퇴색된 단청은 옛날과 다름없이 은근한 화려함이 묻어나고 있다.
대적광전 뒤로 대웅보전이 외부에서 보기에 2층전각으로 자리를 하고 있다. 앞의 대적광전에 가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2층 구조로 전각을 세우고 내부에는 통구조로 만든 것이라 생각하였다. 어쨋든 사찰의 주 전각이 두개인 가람이지만 그래도 대웅전이 주 전각이라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삼존불에 각각 배치된 3점의 후불탱화도 타 전각에서 느끼지 못하는 장엄함과 은은한 향이 나는 것 같다.
누나가 백범 김구선생의 삭발터가 있다는 이야기을 아주 오래 전에 해주었는데 오늘 그곳을 처음 만났다. 그동안에는 대웅전까지 방문하고 은적암으로 오른 적이 많았기에 이곳을 거치지 않았다. 오후 늦은 시간이 다 되어가는 관계로 백범 명상길을 따라 여유로운 산책을 하려고 한다.
한국문화연구원을 지나 나발봉으로 향한다. 오후 4시반이 훌쩍 넘은 시간이라 너무 멀리 가기에는 제한이 있다.
서산에 뉘엿뉘엿 해가 지는 시간이 되어 나발봉으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하였다. 카맵을 보니 이곳이 태화산 정상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벌써 5시 반이 되어 동쪽으로 하산하려면 서둘러야 할 때가 되었다.
저녁 식사를 한 후에 장승마을의 화려한 불빛에 이끌려 장승조각공원을 방문하였다. 야간 입장료가 어른 9,000원이면 많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불빛의 향연을 자랑하는 곳이 곳곳에 있기는 하지만 이곳은 카라반 야영장이 주된 영업이다 보니 웬지 조명을 감상하려 방문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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