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안심사
대통령 별장으로 민간의 출입을 통제하다 개방되어 유명해진 청남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좁다란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자그마한 암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아담한 연못이 자리하여 시원한 물줄기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가운데 위치한 소나무 한그루는 현재의 안심사를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딱히 외진 곳도 아니면서 고즈녁하고 외로워 보이는 자그마한 암자는 포근함보다는 황량함이 더 깊게 느껴졌다.
입구에는 흔한 대문조차 없고 모든 바닦은 콘크리트로 포장을 해 놓았다.
전각은 석축위에 세웠으나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나무가지만 겨우 자리하고 있어 마찬가지로 황량하다.
수련실로 보이는 건물 너머에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다.
그 오른쪽으로 커다란 궤불탱화를 봉안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꽤 덕망있는 사찰로 여겨졌다.
대웅전을 오르는 입구에 자리한 백일홍나무 앞에는 좀 된듯한 맷돌이 풍파를 견디며 자리잡고 있다.
그 앞으로 새로 조성한 연화문 물통이 있고....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인가? 아니면 무슨 교훈을 주려는 것인가? 곰곰히 생각을 해도 떠오르는게 없다.
대웅전을 들러 사리탑으로 서서히 다가 간다.
마치 비밀을 간직한 것처럼 생각외로 조촐한 곳이다.
사리함을 보고 경건한 합장에 실눈으로 감상을 하려니 뭔가 이상했다.
사리탑이라는 말도 그렇고 사리함이라는 말도 좀 애매한 형태, 몇가지 보물로 지정된 부도탑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을 자세히 읽어보니 이해가 조금 되었다.
영산전으로 향하는 발걸음에도 못내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디.
진정한 진신사리는 아니고 비석에 새겨진 글로 미루어 부도탑은 진신사리탑일 것으로 추측하는 정도의....
영산전 현판이 걸려있는 비로전이 마지막 코스였다.
곰곰히 절을 떠나면서 서서히 화엄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구례 화엄사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알현한 영광을 누렸으면서도 무슨 연유로 진신사리 여부에 매달리는 것일까?
성지가 아닌 곳이라도 종교가 없는 곳이 없거늘, 마음을 소중히 하고 인간됨의 시간을 잠시라도 더 갖기 위해 찾은 산사에서 진신사리가 아닐 것이라고 그저 세속에 찌는 인간들이 추측을 확신하는 것이라고 실망하는 내가 모자라 보인다.
명산대찰이 아니어도 그저 자연과 함께하며, 지나가는 바람에 속세의 때를 조금이라도 실어보낼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인 것을 천안 성불사와 청원 안심사를 보고 나서야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