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국내)

울주 문수산과 문수사

OneMoreTime 2018. 5. 18. 09:22

울주군 청량면에 문수암이라는 자그마한 암자와 정상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도 임도가 있었고 정상의 평지에서는 페러글라이딩을 시작하는 활공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는 곳이다.

산세가 험하지 않은 깨끗한 삼각형 모양의 산이라는 기억 때문에 짧은 시간 등산이 가능한 곳으로 점심을 먹고 출발하였다.

밀양-울산간 고속도로, 7번국도, 문수-통도사간 연결도로 공사로 공사구간이 많은 곳으로 파일 박는 소리가 산 정사에서도 들렸다.

율리의 안영축마을에서 출발하여 대나무 숲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니 안영축저수지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고 이 길은 완벽히 정비되어 있었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시람도 있고 옛 직장 동료와 쉬엄쉬엄 오르는 사람도 있다.

깔닥고개까지는 목재 계단이 주를 이루고 있고 경사가 심하지는 않았으나 깔딱고개에서부터 문수산까지는 자연석 계단이거나 나무 계단이 가파른 경사면에 설치되어 있다. 자연석은 요상한 무늬를 한 것이 많아 지질학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연의 이치를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

재미있는 것은 계단에 숫자를 써 놓은 곳이 간간히 있었는데 여러명이 시차를 두고 기록을 한 것인지 숫자가 서로 맞지 않았다.

정상까지 남아있는 계단을 셰는 일이 타코메타로 비행기에서 해드카운팅하는 것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하니 조금 틀리면 어떠하리 오르고 또 오를수록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똑같은 이치이거늘.

30계단이 남았을때 숫자를 세어보았다. 30 29 28 27.... 18정도에서 헷갈리고 말았다. 계단과 발걸음이 똑같으면 별 문제인데 엇박자가 나면서 헷갈리게 되었다.

정상에 올라보니 퇴직한 두분이 커피를 나누어 주었다, 얼떨결에 퇴직하고 소일을 위하여 산을 찾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정상에서 천상지구를 바라보며 코끼리 모양이라고 했다. 과연 산세가 완전한 코끼리와 같았다. 몸집이 우람하고 높낮이도 딱 맞아 떨어졌다.

반대편으로 하산하여 문수사를 거쳐 내려오다 보니 과거에 들렀던 문수암과는 천지차이가 났다. 비둘기 한쌍이 모이를 공양하고 있고 시주하신 스님께서는 손주들이 밥먹는 것을 보는듯 바라보고 계셨고 나도 그 뒤에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깍아지른 바위절벽도 그 틈새로 난 등산로도 모두 새롭게 느껴졌다.

문수사 주차장에 내려와 안내판을 보니 신격호회장이 시주하여 문수사라는 절이 새로 지어진 사연을 알게 되었다.

배낭을 열어 칡즙을 하나 먹으려 보니 벗어놓은 자켓이 없다. 아마도 휴식을 취한 자리에 놓고 그냥 온것이 분명하다.

하는 수 없이 온 길을 되돌아 문수사, 문수산 정상, 깔딱고개를 거쳐 원점회귀를 하였다. 자켓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